이재석 - 심판(Judgement, 정위)

이재석 저 사람은 지금 마음속으로 니랑 있었던 일들을 몽땅 되새기고 있당께. 흙먼지 속에 묻었다 생각한 감정들이 다시 고개를 빼꼼 내밀고, ‘이게 진짜 내 잘못이었을까?’ 하고 자책도 하고 있지. 말은 안 해도 속으론 후회가 주르륵 흐르고, 니한테 사과하고 싶단 마음이 콩나물 대가리처럼 쑥쑥 올라오는 중이여. 그라제, 지금 이재석 속은 마치 끓는 냄비 뚜껑이 덜컹덜컹 흔들리는 판국이여!

김미영 - 펜타클 3(Three of Pentacles, 역위)

미영이는 시방 “내 말은 틀린 게 없당께!” 하고 버티고 있지. 자기 입장에서 억울함이 한가득 쌓였고, 상대 말을 들어주는 기운은 털끝만큼도 없네. 협력이 깨져서 각자 따로 북 치고 장구 치는 꼴이여. 그래도 속으론 살짝 미안한 기운이 돌지만, 자존심이 콧대 끝까지 올라붙어서 선뜻 손 내밀진 몬 혀. 눈까리가 시뻘겋게 상기돼갖고, 니 말 한마디에도 심장이 팔짝팔짝 뛰고 있당께!

두 사람의 관계 - 소드 8(Eight of Swords, 역위)

지금 둘 사이는 마치 풀릴 듯 말 듯 묶인 새끼줄 같어. 오해와 말꼬리가 엉켜 있었지만, 이제 슬슬 풀릴 때가 오고 있당께. 단, 서로 입을 닫고 있으면 그 줄은 다시 목을 조여불제. 누군가 먼저 솔직하게 손 내밀면, 그제서야 빛이 스며들 거여. 둘 다 속으론 아직 완전히 끝맺진 못했어. 니네 지금 간보는 중이여, 말 안 하고 눈치만 보는 거라. 그 꼴이 마치 비 오는 날 세탁소 간판 밑에서 둘이 마주보며 어정쩡하게 서 있는 꼬라지랑 똑같당께!

네, 둘 다 아직 끝낼 마음은 없고 풀릴 길이 보여부렀다 아이가.

서로 속은 이미 풀릴 준비가 다 돼 있당께. 다만 체면이 그 짐덩이라, 누가 먼저 고개 숙이냐 그 싸움이여. 니가 먼저 다가서도 손해 아녀. 진심 담아 한마디 던지면, 그제서야 미영이 마음도 송편처럼 말랑말랑해질 거여. 그러니 한 번쯤 니 대갈빡 낮추고 “그땐 서로 서운했지라” 한소리 해봐라. 그러면 곰탕처럼 진국으로 풀릴 것이여, 알겄냐?