허어… 이짝 카드 봐라잉. 완드 10이 거꾸로 뒤집혀불었제? 이건 말이여, 이재석이가 김미영 보믄 마음이 아주 무겁고 힘에 부친다는 뜻이여. 좋아하는 감정보단, 뭔가 떠안은 짐처럼 느껴불었당께. 책임감, 부담, 피곤… 이런 것이 뒤섞였는디, 사랑이라 하기엔 영 기운이 죽어붓는 기세여.
이재석 속으론 ‘좋다’기보단 ‘아, 이거 어쩌지’ 하는 거여. 마음이 불타오르기보다는, 아궁이에 물 퍼붓은 격이여. 니 대갈빡 속에서 불꽃이 일어나길 바라지만, 저 사람은 지금 땔감 다 꺼내서 내려앉은 재 속에서 하품 허는 중이여잉.
심장도 사랑의 북소리보단, 고된 노동 끝난 장돌뱅이처럼 ‘그만 쉬자…’ 하고 처박혀부렀다 아이가. 니 지금 그 말 듣고 속이 콩 볶듯 바글바글 끓을 거 아녀? 손목에 핏줄 솟구치고 눈깔이 불타오를 판이제! 그래도 참아라, 세상일이 꼭 오늘 내일로 정해지는 건 아니니께.
지금은 사랑보다 ‘피곤’이 앞서는 관계여, 타이밍이 잘못된 거여잉.
이재석이 김미영을 아예 마음에서 밀어낸 건 아니여. 다만 지금은 지 머릿속 짐이 너무 많아서 사랑할 겨를이 없당께. 때 되믄 그 짐 좀 덜어내고, 허허 웃으며 바라볼 때가 올 수도 있제. 그러니 너무 속 긁지 말고, 니도 니 인생 꽃깔옷 입고 활짝 피워불어. 그제야 그놈 눈깔도 번쩍 뜰 것이여, 마치 전기 들어온 꼬막배처럼 반짝반짝 허게 될 것이당께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