답 - 컵의 시종(Page of Cups, 정방향)

허허, 이거 봐라잉. 이재석 그 자슥 맘속에 김미영 향해 물결 출렁출렁하는디, 마치 봄비 맞은 붕어가 미끄덩거리며 헤엄치는 판이여. 컵의 시종이라는 거는, 순수하고 어린 감정이 피어나는 카드여. 괜히 두근두근하고 괜히 말 걸고 싶고, 문자 한번 보내면 밤새 휴대폰 붙잡고 씨름하는 그런 느낌이여라.

이재석이 김미영을 좋아하냐고 묻는다면, 응 맞당께. 근디 이건 아직 “묘한 호기심과 설렘” 수준이여. 사랑이라 하기엔 아직 미꾸라지 손바닥에 올린 격이라, 좀 더 키워야 쓰것다잉.
그놈 속에선 지금 감정이 톡톡 튀는 중이여. 니 대갈빡 위로 솟는 하트 모양의 김이 폴폴 나는 판이여! 심장이 지금 두근두근해서 가슴 팍 뚫고 나와서 대문 앞에서 춤 출 판이라니께!

“이재석, 지금 김미영한테 풋풋하게 끌리고 있단께!”

니가 괜히 헷갈리는 게 아니여. 재석이 그 놈, 김미영 보면 눈빛이 커피잔 속 거품처럼 몽글몽글해진다잉. 근디 이럴 땐 너무 밀어붙이지 말고, 찬찬히 보듬듯이 가야 혀. 감정이 막 피어난 참깨싹이라, 너무 세면 뽑혀불어.
니 속도 덩달아 들썩이는디, 지금 그 설렘 잘 간수혀잉. 그 사랑이 제대로 익으면 벌교 꼬막도 질투할 만큼 달달해질 거여.